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하면 부모의 마음은 순식간에 조급해진다. 이마를 만질 때 느껴지는 뜨거움, 평소보다 힘없이 처진 모습, 잠에서 자주 깨는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걱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열이 오르다 갑자기 몸을 떨거나 눈빛이 달라지면, 머릿속은 순식간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 글은 아이가 열이 날 때 실제로 겪을 수 있는 변화와, 그 순간 부모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현실적인 사례와 함께 차분히 정리한 이야기다.

1. 아이가 열이 날 때 몸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아이에게 열이 난다는 것은 대부분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나 세균에 맞서 면역 반응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다. 어른에게는 비교적 완만하게 나타나는 반응이지만, 아이에게는 그 변화가 훨씬 급격하고 극적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같은 체온이라도 아이의 행동과 표정은 부모를 크게 불안하게 만든다.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아이의 얼굴은 금세 붉어지고, 몸통은 뜨거운데 손발은 차갑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열이 빠르게 오르면서 말초 혈관이 수축해 나타나는 흔한 현상으로, 반드시 위험 신호는 아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은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지고, 사소한 자극에도 크게 울거나 반대로 기운이 빠진 듯 축 처진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밥이나 간식을 거부하고, 물도 잘 마시지 않으며, 잠을 자도 깊게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행동 역시 흔하다.
실제 육아 현장에서 많은 부모가 “열이 39도인데도 웃으며 놀아서 괜찮은 줄 알았다”거나, “38도밖에 안 되는데 너무 축 처져 있어서 불안했다”는 상반된 경험을 한다. 이처럼 열의 숫자만으로 아이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열과 함께 아이의 전반적인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를 가장 놀라게 하는 상황이 바로 열과 함께 나타나는 떨림이나 이상 행동이다. 아이가 갑자기 눈을 멍하게 뜨거나, 몸이 굳고 팔다리를 떨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부모는 ‘경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이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어떤 경련이 위험 신호인지에 대한 기준을 알고 있는 것이다.
2. 열성경련과 응급 상황,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경계선
열이 있는 아이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경련은 열성경련이다. 주로 생후 6개월에서 만 5세 사이에 발생하며, 열이 아주 높아서라기보다 열이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오를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아이는 갑자기 눈이 위로 돌아가거나 초점이 사라지고, 몸이 뻣뻣해지거나 팔다리를 규칙적으로 떨 수 있다. 대부분 1~3분 이내에 저절로 멈추며, 경련 후에는 울거나 멍한 상태로 잠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세 살 아이를 키우는 한 부모는 밤중에 아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떨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그대로 안고 울면서 응급실로 향했다고 말한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경련은 이미 멈췄고, 진단은 전형적인 열성경련이었다. 의사는 “부모에게는 평생 잊기 힘든 장면이지만, 아이에게는 대부분 후유증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열성경련은 예후가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이에게 처음 발생한 경련이라면 반드시 병원 진료를 통해 확인받는 것이 원칙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열성경련처럼 보여도, 다른 신경계 문제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열성경련을 넘어 응급 상황으로 간주해야 한다. 경련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하루 동안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경우, 열이 없는데도 경련이 발생하는 경우, 경련이 끝난 뒤에도 아이의 의식이 잘 돌아오지 않거나 호흡이 불규칙해지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응급실로 가야 한다. 열과 함께 심한 두통, 목이 뻣뻣해지는 모습, 반복적인 구토가 동반될 때 역시 단순 감기 이상의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
결국 부모가 기억해야 할 핵심은 이것이다. 경련이 있었는지보다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 그리고 아이가 어떻게 회복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다.
3.열이 날 때 부모가 실제로 해야 할 가장 올바른 대처
아이가 열이 날 때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침착하게 상황을 관찰하고,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먼저 체온은 반드시 체온계로 확인해야 한다. 손으로 느끼는 열감은 참고만 할 뿐, 정확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열이 나는 시간과 체온을 기록해두면 이후 병원 진료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열의 숫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아이의 상태다. 열이 있어도 잘 깨고, 눈을 마주치며, 물을 조금이라도 마시고 소변을 본다면 급박한 상황일 가능성은 낮다. 반대로 열이 아주 높지 않더라도 축 처져 있고 부르는데 반응이 없거나, 계속 보채며 달래지지 않는다면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생후 3개월 미만의 아이는 38도 이상의 열이 확인되면 상태와 관계없이 반드시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해열제는 열을 완전히 없애기 위한 약이 아니라, 아이의 불편함을 줄여주기 위한 도구다. 아이가 힘들어 보이거나 처지는 모습이 있을 때, 연령과 체중에 맞는 용량을 정확한 간격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몇 시간 후 다시 열이 오르는 것은 흔한 일이며, 이는 약이 듣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또한 해열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열성경련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경련은 열의 높이보다 열이 오르는 속도와 더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해열제를 두 종류 번갈아 사용하는 교차 복용은 반드시 의료진의 지시가 있을 때만 시행해야 한다.
경련이 발생했을 때 부모는 아이를 안고 흔들기보다, 바닥이나 침대 위에 옆으로 눕혀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의 입 안에 손이나 물건을 넣는 행동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주변에 다칠 만한 물건을 치운 뒤 경련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부모가 아이 곁을 지키며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열을 내리기 위해 아이의 몸을 닦아줄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오한이 있거나 몸을 떨고 있을 때 억지로 닦는 것은 오히려 불편함을 키울 수 있다. 아이가 비교적 편안해 보일 때,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닦아주는 정도가 적절하다.
무엇보다 부모는 스스로를 탓하지 않아야 한다. 열과 경련은 부모의 관리 부족으로 생기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 예고 없이 찾아오며,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순간 아이 곁에 머물며 기준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다.
아이의 고열과 경련은 부모에게 가장 두렵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된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정확한 기준을 알게 되면 조금씩 줄어든다. 열의 숫자에만 매달리기보다 아이의 상태를 함께 보고, 경련의 지속 시간과 회복 과정을 살피는 것. 이 기본 원칙만 지켜도 부모는 훨씬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완벽한 대처보다 중요한 것은, 알고 대응하려는 부모의 태도다. 그 차분함이 결국 아이에게 가장 큰 안전이 된다.